스팀 무료게임이 총 몇개가 있는지, 무료게임의 완성도는 전반적으로 어떤지 / 어떤 성향의 게임들이 나오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모든 스팀게임을 혼자 정리하는 건 무리겠지만, 무료게임 정도라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이용한 것이 아닌, 수동으로 일일히 클릭해보면서 정보를 모으는 만큼 '통계자료' 로서의 적중률은 85%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시 확인할 수 있었던 스팀게임의 개수는 약 1600여개.
2012년까지는 무료게임의 개수가 100여개도 되지 않았지만, 2013년부터 등록되는 게임 숫자가 급격하게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것에 대한 자료 공개는 2019년 만우절때 했었는데 (링크), 이미지로 풀자면 대략 이런 느낌이다.
2019년 1월부터 시작했던 스팀 무료게임 연도별 정리 포스팅의 배경은 여기서부터이다.
그때 확인했던 작품의 리스트가 이 정도였는데, 다른 방법으로 조금 더 많은 스팀게임을 서칭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재서칭에 들어갔다. 그 작업 자체는 1달이면 끝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중간 중간 여러 일을 병행하면서 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오늘에 이르러서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9달에 걸려 재서칭 작업이 들어간 것이다.
나는 이 결과에 대해 본 블로그 독자분들에게 많은 죄송함을 느꼈었다.
본 블로그의 방문 이유중 하나가 '스팀 무료게임 배포' 등에 있는 만큼 스팀 무료게임 연도별 콘텐츠는 꽤 매력적인 내용이라 생각했다. 그것을 거의 무기한 수준으로 연기했으니, 블로그 성향도 + 방문자 성향이 어느 정도 바뀌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죄송함을 말하는 바이다. 아무리 블로그라는게 1인 개별적인 곳이라 해도,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다. 보다 확실한 방향성이나 공지를 하지 못하고 흐물흐물 흘러가는 나에게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뜻하지 않은 발견
9달의 공백은 내가 생각지 못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었다. 새롭게 정리하는 게임리스트가, 기존에 적어놨던 게임리스트의 내용과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예전에는 분명히 서비스 하고 있었던 스팀게임 정보가 사라져있었다.
이것은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 종료했다' 란 이야기는 아니어 보였다. 오프라인 게임도, 미니게임도 예외없이 사라져 있었다. 무언가의 이유로 스팀 상점페이지에서 완전히 내려간 것이다. 그리고 내려간 스팀게임의 수가 내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치였다.
다음은 9달의 공백 사이에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내려간 게임타이틀 명' 목록이다.
구글에서 해당 게임 타이틀 명 + Steam 이라고 검색하면, 해당 게임들이 스팀에서 서비스한 흔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9달전 수동작업 + 이번 수동작업으로 확인된 스팀무료게임 리스트는 총 2150개였다. 그런데 이중 140개의 게임이 스팀상점에서 사라졌다. 전체의 6~7%에 달하는 수치가 9달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이 정도 숫자가 되니, 당연히 과거에 대해 리뷰했던 스팀 무료게임도 고대의 흔적이 된 케이스도 생긴다. 추천할 수 있었던 인디게임도 몇개 사라졌다.
Color Symphony 는 인지도가 높은 스팀 무료게임중 하나였다.
온라인 게임은 유지비 때문에 서비스 종료가 되는 만큼, 스팀 상점페이지에서도 내려가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내려간 스팀게임중 절반은 온라인 서비스가 주류인 작품들이다. 목록 중 국산게임인 Metro Conflict 도 보여서, 정보를 찾아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경영난과 관련된 서비스 종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번외 - 리스트 게임중 17개의 작품은 스팀상점 제외는 아니지만 기존 무료 -> 유료 구매로 서비스가 바뀌었다. 재밌는 점은 무료서비스로도 별다른 인지도를 얻지 못했던 작품들이 유료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유료 전환 후 흥행이 유지되는 작품은 단 2개 뿐이었다.)
알 수 없었던 것은 오프라인 게임의 작품들.
2D / 3D / VR / 액션 / 어드벤처 / 텍스트 / 인지도가 좋고, 낮고 할거 없이 다 내려갔다.
무료게임 리스트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양이 이정도라면, 유료게임도 상점에서 내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을까란 전망이 보인다. 도대체 스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현 단계의 나는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무료게임 특성상 DLC 구입등으로 스팀 라이브러리 고정을 시키지 않을 경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작품을 두번 다시 만날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왜 오프라인 게임이 스팀에서 내려가는가? 이에 대한 답을 찾는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현역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할때 꺼낼 주제가 될 것 같다. PC 플랫폼 서비스 (무료 포함)를 지속하는 것에 생길 수 있는 디메리트가 뭐가 있는지 말이다.
무료게임 리스트를 정리 했기에, 앞으론 통계도 내기 쉽고 콘텐츠로도 만들 준비가 완료되었다. 하지만 꽤 심란한 기분이다. 수많은 한국 온라인 게임이 서비스를 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종료하는 모습을 결코 적게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팀도 결코 무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동네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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